본문 바로가기
문화의 멋/공연(연극, 뮤지컬 등)

네시오의 메모) 메모리된 팜플렛 -네시오의 잡화점

by 네시오 2017. 5. 3.
728x90

네시오의 잡화점...

 

 기억을 찾아보다 남기다...

 

 오늘은 30도가 훌쩍 넘어 버렸다고 하던데... 난 왜 감기 기운으로 고생을 해야하는 거지.

 

                    '알 수 없는 날, 알 수 없는 것들로 인해'

 

  이제 몇 개월이 지나 버린 지금 휴대폰 갤러리에 있는 사진 3장을 보고 있다.

 

       '2017년 1월... 오후 12:55분 제목, 크기, 해상도, 회전, 경로 등...'

 

 A4용지에 잘 마춰 쓰여진 이 3장의 종이 위에 있는 내용들을 지울까? ...찾아 봐야 내 것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될 수 없는 것을 바라는 심보.. 저기 있는 것은 태어났을 때부터 네 것이 아니었어. 소유하고 싶은 착각에 빠진 거야.'

 

 

 

 

 저장 되어 있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 내용을 써 보다. 

 

 내용은 이렇다.

 

 첫 번째.

 

  (짤려있다.. )스?! (이어서)는 시끄러운 락을 꿈꾼다.

 

 

 

먼 곳에서부터 먼 곳으로 다시 몸이 아프다

조용한 봄에서부터 조용한 봄으로 다시 내 몸이 아프다

여자에게서부터 여자에게로

능금 꽃으로부터 능금 꽃으로

 

.....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몸이 아프다.

김수영 <먼 곳에서부터>

 

 

 

 

 

고통이 떠나질 않는다.

몸 한구석에 오래 머무른 고통은 일상을 파국으로 몰고 간다.

그렇다.

블루스는 파국으로부터 출발한다.

통점을 끊임없이 이동시키며 분산시킨다.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몸부림에 깊은 한숨을 불어넣는다.

그 바람에 몸과 맘이 울린다.

그 울림에 신들려 소리친다.

그 소리에 잠들어 있던 혼들이 깨어난다.

따난 이들, 남은 이들, 모두 깨어나 한자리에 모였다.

이제 여기, 자유가 춤춘다!

자, 어서 들고일어나자!

죽임의 굿판을 둘러엎어버리고 살림의 난장을 벌여보자!

그래, 락으로 시끄럽게 한판 놀아보자!

 

 

 

 

Musical Performers l Guitar 서 정 현, Bsss  나 상 윤 (짤리고.)

Musical Style l Instrumental Rock Improvisation(짤리고.)

 

 

 

 

지웠다!!!

 

 

 

 두 번째.

 

 두 개의 바늘 워크숍 소감

 

 

 

 만남과 공 ㅣ 5월 18일

 

 양모와 비누, 따듯한 물을 이용하여 펠팅 작업을 하였다. 손바닥으로 비누거품을 내며 양모를..(짤렸다.)

 굴리다가 손 안에 쏙 들어올 만큼 작은 공을 만들었다. 양모는 여전히 손 안에 있다. 이제는..(짤렸다.)

 흰 공에 색을 입혀 보려고 한다. 조심스럽게 색 솜을 씌우고 여기에 또 비누거품을 내어 흰색..(짤렸다.)

 위에 달라붙게 한다. 이렇게 여러 번 반복하면서 부드러움을 느낀다. 어느새 색 공이 되었다.

 

 

 

 

 내 옷을 짓다 ㅣ 6월 1일, 15일

 

 머리에서 부터 발끝까지 내 몸을 살펴본다. 둥근 머리모양, 넓은 가슴, 그리고 쭉 뻗은 팔과..(짤렸다.)

 다리. 자, 그러면 얼마나 길게 만들어볼까? 얼마나 넓게 만들어볼까?

 천에 머리가 들어갈 정도로 충분히 크게 구멍을 뚫고 천이 어깨에 편안히 내려앉도록 하자.

 두 팔 길이에 알맞게 원하는 만큼 길이를 정하자.

 치수는 어떻게 재야할까? 센티, 인치 아니면 감으로? 아무튼 내 몸에 알맞게 해야겠다.

 어느 순간 앉아서 옷을 짓고 있는 나를 만난다. 처음엔 어떻게 옷을 만들어야할지 고민도 많았다.

 그려보고 상상해보고 연습도해보고 그러다보니 옷이 되어간다.

 옷을 짓는다는 것은 내 몸을 짓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이지 않을 수 없다. 신기하다. 내가 옷을 만들다니!

 둥굴게 앉아서 내 옷을 짓는 동안 함께 옷을 짓고 있는 동료들을 보았다.

 우리는 함께 있구나!

 

김예숙 (구름산 발도로프 학교)

 

 

 

 

잘 쓰셨다.. 읽는 동안 기분이 좋아졌다.

 

 

 

 

 

 

 

 세 번째.

 

연약한 이웃

 

 

 1.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찰흙 한 덩어리 씩 조물 거리던 워크숍 참가자들에게 찰흙을 만지는 느낌을 묻는 강사의 질문에 내 머리 속 대답으로 떠오른 단어는 차마 말하기 버거운 거였다. 결국 입 밖으로 꺼내진 못했지만 조금은 차고 조금은 묵직한 츩덩이를 만지는 느낌은 바로 "사람의 피부"와 같다는 거였다.

 

 

2.

 고잔역에 하자채서 4.16 기억 저장소까지 흔하디흔한 길을 걷는 동안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고 주택가의 평범하디 평범한 풍경 또한 의미가 넘칠 수밖에 없었으며 아이 몇 명 놀지 않는 놀이터의 한산함에서 조차 안산이리고 해서 비켜가지 않는 메르스 공포가 너무 가혹하게 느껴져야 했던, 이미 내 마음은 과잉의 상태였는지 모르겠다. 그렇다. 차진 그 흙덩이는 한여름 더위를 이기려 찬물로 샤워를 한 후 욕실 문을 나오는 피붙이의 조금은 차가워진 피부, 물기 먹은 살갗 이였다. 그러니 어찌 쉽게 감상을 떠벌릴 수 있었겠는가.

 

 

3.

 참가자들 손에 들려진 찰흙은 기둥이 되고 담과 지붕이 괴어 각자가 살고 싶은 집으로, 그 안에서 하고 싶은 일들을 하는 공간으로 변해갔다. 새삼스러운 것은 그런 집에서 하고 싶은 일들이란 우리가 이미 전부터 누리고 있었던 것들이라는 거다. 가족과 함께 밥을 먹고 함께 별을 헤고 함께 마주할 수 있는 지극히 일상적 소원 말이다. 하지만 그런 일상적 행복이 이제는 상상해야할 유토피아적 공간 어디쯤으로 쫓겨 가고 현실적 형체를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유가족에겐, 찰흙이 아이의 살갗이 되고 아이가 편히 쉴, 공간 아닌 공간이 되어야 하는 몸부림 같은 은유만이 남은 거다.

 

 

4.

 각자가 만든 흙집을 큰 테이블위에 올려놓으니 아름다운 마을이 되었다. 누구도 위압적이지 않는, 그렇다고 천편이률적이지도 않는, 안이 확고한 공간이지만 밖으로의 흐름도 기꺼이 열어두는 각자의 집이 모인 마을이었다. 의도적으로 그런 마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그런 마을로 해석되어 졌다고 하는 말이 맞을 것이다. 각자에게는 작은 이기심도 존재하고 적당한 욕심도 존재하나 옆에 또 다른 흙집이 들어서고 집과 집 사이에 골목이 저절로 만들어지니 '이웃'이라는, 연약하지만 실재적인 존재가 솟아나는 듯 했다.

 

 

5.

 집으로 돌아와 워크샵 동안 조심스럽게 찍었던 사진을 열어 보았다. 찍을 당시는 느끼지 못했던 한 유가족 분의 미소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분명 얼마 되지 않는 좁은 실내였건만 그 분의 눈은 아주 먼 곳을 흐리게 응시하는 듯 했다. 강한 권력이 일상의 행복을 상상 속 유토피아에서나 가능한 걸로 유린하려 할 때 연약하지만 일상에 실재하는 이웃은 무엇을 해야 할지 한 참이나 그 분의 먼 미소에 내 시선을 얹어 보았다.

 

 

 

오종희  ㅣ  '마음의 집' 조각워크숍 참가자

 

 

 

 

추억이나 생각을 앞에서 부터 찾아가도 좋겠지만 이렇게 끝에서 부터 찾아가도 그 실재하는 추억은 변하지 않는다.

 

그때, 단원고를 갔고, 기억 저장소를 가서 이 팜플렛을 집어 들었던 거 같다. 그리고 분향소를 갔다.

 

 

네시오의 잡화점 기억을 적어둠.

 

728x90

댓글